아이 앞에서 아빠 흉보지 마세요(조선일보 07.10.28일자) 조회 2341 ┃ 2007-11-05 오전 11:50:00
“영민이네 가족 그림을 좀 그려 줄래? 여기 이 종이에 가족이 뭔가를 하면서 움직이고 있는 그림을 그려 봐.”

가족에 관한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알기 위한 그림 검사에서 흔히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을 포함해서 아빠, 엄마, 동생 등을 다양한 크기와 형태 순서로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아이들 중에는 아빠 그림을 그리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아빠는 없네. 아빠는 왜 안 그렸어?” 하고 물으면 “몰라요” “그냥” 하며 얼버무리거나 “아빠는 여기 없잖아요. 엄마랑만 왔으니까 엄마만 그렸어요” “여기는 집이에요. 아빠는 출장 가서 없을 때에요”하며 나름의 이유를 든다.

이렇게 가족 그림에서 아빠를 제외하는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아빠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아빠를 좋아하고 아빠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면서도 아빠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도 편치가 않다. 아이가 아빠를 멀리하고 경계하면서 계속 엄마와만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엄마 곁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바람에 난처하고 속상해한다. 아빠라도 아이한테 살갑게 대하고 일부러 시간이라도 내서 놀아주면 좋겠지만 아빠도 섭섭해하기만 하지 별 다른 노력은 하지 않는다.


대체로 아빠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오해 아닌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와 아빠는 조금 큰 목소리로 대화를 한 것뿐인데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싸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힘과 목소리가 더 큰 아빠가 엄마를 괴롭힌다고 잘못 해석해서 아빠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다. “아빠 때문에 못 살겠다” “너희 아빠는 왜 저런다니?” 하며 엄마가 은근히 아빠 흉을 보는 일이 잦은 경우에도 아이는 엄마 편에 서서 아빠를 비난하는 마음을 갖기 쉽다. 심한 경우 자신이 나쁜 아빠로부터 착한 엄마를 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빠와 아이가 정서적으로 가깝게 느끼고 행복감을 나누게 하고 싶다면 먼저 엄마가 아빠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아이 앞에서 자주 표현해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속 깊은 마음보다는 겉으로 표현되는 말과 행동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빠는 참 좋은 분이야” “아빠가 큰 소리를 칠 때는 엄마도 화가 나지만 친절할 때는 또 엄청 친절하시잖아. 엄마는 아빠의 그런 따뜻한 모습이 참 좋아” 하며 아빠에 대한 엄마의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전하는 것이다. 또 아이 앞에서 부부가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주고받는 것도 좋다.

불가피하게 아이 앞에서 부부가 심한 말다툼을 하거나 싸움을 한 경우에는 감정을 좀 가라앉히고 아이에게 객관적인 설명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엄마와 아빠의 의견이 좀 달라서 싸우긴 했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아빠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과정을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