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행동, 목록으로 만들어 보자(조선일보, 07. 11월 19일자) 조회 2214 ┃ 2007-11-21 오후 2:56:00

해야 할 행동, 목록으로 만들어 보자


[이럴땐 이렇게]


이명경 한국집중력센터 소장·‘집중력이 내 아이의 인생을 결정한다’저자·교육학 박사


아이가 커갈수록 “내가 할거야”라는 말이 늘어난다. 아이들의 “내가 할거야”는 자율성과 주도성을 갖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자율성과 주도성은 2~3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아이들이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발달과업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이 자율성과 주도성을 획득하지 못하면 수치심과 죄책감을 겪게 된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기의 발달과업인 근면성과 청소년기의 발달과업인 자아 정체감을 획득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상적으로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자율성과 주도성을 획득하고, 초등학교 시기에는 근면성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초등학생 시기에도 여전히 자율성과 주도성을 놓고 부모와 아이가 심리적 전쟁을 겪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할거야”는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주세요. 나도 내 능력을 펼칠 수 있다구요. 나에게도 기회를 주고 기다려 주세요’를 함축하는 말이다. 아이들은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힘의 범위를 파악해 나간다.

이러한 시도가 허용되지 않고 ‘그냥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의 입장이 반복될 경우 아이는 자신의 힘에 대한 확신 없이 다른 사람에게만 기대려고 하는 의존적 성향을 갖거나 자신의 힘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힘을 행사하려는 과잉 행동적·충동적 성향을 갖게 된다. 이 갈등이 잘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게 되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날 그냥 내버려둬”의 무력한 모습을 보이거나 “내 마음대로 할테니까 아무 간섭도 하지마!”같은 보다 강력한 반항이 시작된다. 당연히 부모-자녀 관계는 극도로 틀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할거야’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하려는 행동 중 큰 잘못이나 위험이 없는 것은 허용하고 시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실패 역시 아이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정말 해서는 안 되는 행동과 반드시 꼭 해야 하는 행동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후 그 외의 나머지 행동에 대해서는 알아서 판단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서로가 원하는 바를 구체적인 행동 목록으로 만들어 보자. “하지마”, “안돼”라는 말 대신 “그래, 너를 믿어볼게”, “한번 해 봐.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거야”라는 말로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