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공부 봐주기에서 손 떼라(조선일보, 07.12. 16일자) 조회 2297 ┃ 2007-12-24 오후 1:43:00

가끔은 공부 봐주기에서 손 떼라 

이명경 한국집중력센터 소장·‘10살 전 아이에게 꼭 심어줘야 할 5가지 품성’저자·교육학 박사






부모도 인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거칠게 자기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간혹 욕을 하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하고 심하게 때리기도 한다. 후회를 하고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지만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다 보면 이런 상황이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공부만 아니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평소에는 얘가 얼마나 살가운데요. 좋은 점도 많은 아이예요. 그런데 공부만 시키려고 하면 아이나 저나 짜증부터 나니 걱정이에요. 공부를 안 시킬 수도 없고”라며 한숨짓는 엄마들이 많다.

곰곰이 생각해 보라. 여러번 설명해 줘도 이해를 잘 못하고 속도도 느린 아이를 보면서 속이 터지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아이들은 안 그렇다는데 얘는 왜 이 모양일까 한심스럽고 걱정되지는 않은지. 그래서 “이 바보야!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정신 좀 차리고 풀라고 했잖아”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지는 않은지.



만약 그렇다면 아이 공부에서 당분간 손을 떼라. 아이 공부를 직접 봐 주려고 애쓰기 보다는 아빠나 학원, 과외 선생님 같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차라리 낫다. 그리고 왜 이렇게 감정 조절이 안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 아이의 공부가 나에게 왜 이렇게 힘든 문제인지.

대체로 아이 공부 문제로 속앓이를 많이 하고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이유는 공부와 관련된 부모의 미해결된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조금 더 잘 했더라면 지금 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거나, 남편에 비해 학벌이 좋지 못해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남들이 다 엄마를 탓할 것 같은 걱정이 든다거나, 공부 잘하는 언니 오빠 틈에서 기죽어 지냈던 어린 시절에 대한 감정적 보상을 공부 잘하는 아이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부모의 미해결된 감정이 아이의 공부 문제와 연결이 될 경우에는 아이가 잘 하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부모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아이의 강점이나 장점은 보이지 않고 문제만 보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적절한 칭찬과 보상을 통해 기를 살려주지를 못하고 야단만 치기 쉽다. 그리고 아이가 공부를 통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도 자주 빼앗기 때문에 아이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자신감도 잃게 한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는 공부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잃고 공부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러니 억지로 아이 공부를 떠맡아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지 말고 아이 공부에서 손을 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