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은 왜 사이코패스가 되었을까요? 조회 2597 ┃ 2009-02-03 오후 2:54:00
 


 요 며칠 강호순의 이야기로 시끄럽습니다. 강호순이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현장 검증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살인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사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이 언론에서 집중 보도 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커져만 갑니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저렇게 잔인할 수가 있을까?” 하는 우리들의 의문에 대해 전문가들과 언론은 사이코패스라는 낯선 말로 설명을 합니다.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충동적이고 폭력적이며, 타인을 속이거나 괴롭히는 행동을 자주 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특징이 있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강호순이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살인과 방화를 일삼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또 다른 사이코패스의 범죄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호신용 도구를 사고 귀가 시간을 단속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강호순이 왜, 어떤 과정을 통해 사이코패스가 되었는 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강호순은 태어날 때부터 사이코패스였을까요? 어느 날 갑자기 뇌가 이상해져서 사이코패스가 되었을까요? 물론 아닐 것입니다. 아직 강호순의 성장과정이나 가족 환경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어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저는 강호순이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이코패스로 자랐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우리 사회가 강호순이 어떤 이유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사이코패스가 되었는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제 2, 제 3의 강호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CC 카메라나 가로등 설치를 늘이는 것보다 훨씬 근원적인 대책일 것입니다. 선(善)하게 태어난 한 개인이 사이코패스가 되는 과정에 가족이나 지역사회, 국가가 기여하는 부분이 없는 지 반성하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타인과의 깊이 있는 정서적 교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으로 인한 타인의 고통에 둔감합니다. 사이코패스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타인과의 정서적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불편에는 아랑곳 않고 자기 자신 혹은 자기 가족만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부도덕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쉽게 합리화 하고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이러한 이기성(利己性)은 사회적 지위나 학력, 경제력과 상관없이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주가 조작과 세금 탈루를 일삼는 경제인이나 비리로 얼룩진 정치인 역시 자신의 행동이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어떤 아픔과 슬픔을 유발할 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과 죄책감이나 반성 없이 자기 살길만 모색한다는 점에서는 사이코패스와 유사합니다. 타인의 심정과 목소리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주장만 일삼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문화 역시 사이코패스의 심리적 매커니즘과 닮았습니다. 




걱정되는 것은 이러한 이기성이 어린 아이들의 문화에서도 널리 퍼져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보다 약하고 부족한 아이를 선택해 집단적으로 괴롭히고,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욕과 폭력을 일삼고, 자기가 원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차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경제 성장과 경쟁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가 이러한 아이들은 양산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성공하기 위해 타인을 경계하고 짓눌러야 한다는 논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네가 먼저 있고 남이 있는 거야. 남의 일 신경 쓰지 말고 네 것 부터 챙겨”, “친구가 어디 있어? 친구이기 이전에 네 경쟁자이고 적이야.” 같은 말들을 통해서도 이기성이 독려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네 마음은 어때? 너는 뭐가 더 좋을 것 같아?”, “네 마음은 그랬구나. 엄마 마음은 이랬는데”하며 자신과 타인의 정서에 귀 기울이는 여유에서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헤아리고 자신의 이기성을 조절하는 성숙하고 건강한 마음이 자라납니다. 성장과 경쟁을 부추기는 우리의 문화가 이제는 무섭기까지 합니다. 




이명경 한국집중력센터 소장